그때 그때 아무말

(200609) 원칙주의자와 꼰대

.410 2020. 6. 9. 21:58

우리 회사에는 원칙주의로 유명하신 분이 있다. 항상 '규정'을 근거로 말씀하시길 좋아하시는 분이다. 그래서 나는 그 분과 협업할 때 업무적으로 편해서 좋았다. 규정대로만 하면 되니까.

 

그런데 그 분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람들이 다 같지는 않으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궁금했다.

-왜요?

그 분이 요청하는 사람에 따라 행동을 달리한다는 것이 그 이유라고 했다. 원칙주의자로 유명하시다는 분이 상대방의 지위에 따라 행동이 달라진다는 것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고, 그 분이 그러시는 모습을 그릴 수 없었다.

 

원칙주의자라는 말은 말 그대로 원칙을 지키는 사람들이고, 그래서 나쁘게 본다면 융통성이 없는 사람들 아닌가.

그런데 상대방의 지위, 직급에 따라 행태가 유동적인 융통성을 원칙주의자가 가질 수가 있나? 두 성질이 양립가능한 것인가?

 

그런데 그 둘이 함께 쓰일 수 있다는 것을 몇차례 직접 겪게 되었다.

'상급자의 말이 법이다'가 그 분의 신념에 따른 가장 상위의 원칙이라면 그것이 실제로 가능하더라.

 

또 나는 그 분이 그 나이에도 꼰대라고 생각하진 않았었다. 워낙 원칙을 중시하시고 규정대로 절차대로 일하시니까. 또 꼰대는 자기 말만 맞다고 우기는 경우지만 그 분은 본인 의견이더라도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본인 의견을 수정할 여지가 있는 분이니까. 그러니 꼰대와 원칙주의도 양립이 가능한 성질일 수가 없지 않을까? 

 

그런데 그 둘도 함께 쓰일 수 있다는 걸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