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채홍 - 김별아

.410 2019. 7. 29. 00:57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골랐다.

김별아라는 작가 이름이 예뻐서.

'미실'의 작가라는 것은 책 들고 나오면서 책 날개를 보고 알았고

소설 속 시대적 배경이 조선시대라는 것과

여성과 여성의 사랑 이야기라는 것은 첫 장을 읽으며 알았다.

 

그제서야 아 그래서 제목이 '채홍' 무지개인가 했다.

 

나는 문종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주워 듣기로 문종이 잘 생긴 외모였다고도 하고

상왕의 적장자-원자-세자-왕이 되는 적통성을 갖고 있는

조선왕조에서 흔치 않은 정석 루트를 밟은 왕이기도 했고

세종의 업적 중 대부분에 대하여 세자 시절부터 문종이 큰 역할을 했다기도 해서.

잘 생기고 똑똑한데 건강이 좋지 못하여 일찍 단명하여

아쉬운 왕으로 생각했지.

 

그런데 채홍으로, 순빈 봉씨의 입장에서 보자니

남편감으로는 참 쓰레기네.. 싶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세종도 시아버지로서는 참.. 도망쳐야할 인간이네 싶었다.

 

이 집안 이 사람들은 전부 완전체인가 싶기도 하고.

다독하였다면서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들인가 싶고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라는 생각이 이 세상의 진리인 양 살았기 때문인가 싶고.

 

영화화가 된다는 말은 있었으나 찾아보니 무산되었나?

크랭크인했다는 기사 하나도 안 뜨는 거 보니.

 

개인적으로 이 소설이 영화화 된다면

마치 영화 아가씨처럼 1부 2부 3부처럼 나뉘어서

책에서처럼 여러 명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면 좋겠다.

 

이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단절'이 지속된 사람들의 이야기다보니

한 사람의 입장에서만 혹은 전체적인 시각에서만 보기엔

등장인물 하나 하나의 마음을 헤아리기 쉽지 않을 것 같아.

 

순빈 봉씨가 만약 아름답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가 생각난다.

여성에게 있어서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사랑에 있어서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그런데 참, 이 같은 질문을 남자에게는 하지 않지.

 

시어머니와 며느리 관계인

소헌왕후와 순빈 봉씨의 삶과 기록이 상반되고 흥미로우면서

둘 다 정말 가련하고 안타깝고 그럴수록 

둘 다 어쩔 수 없이 그 시대에서 태어나

그 족쇄같은 왕족의 가부장제에 희생당한 여인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였다면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소헌왕후처럼 끝까지 살아남아 종묘사직을 받는 삶을 선택했을까

순빈봉씨처럼 견디지 못하고 쫓겨났을까.

 

나는 내가 은퇴한 이후의 미래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가 살고 있는 시간과 그 이후를 비교하자면

시간할인율이 매우 높다.

죽어서 뭐하겠어. 뭘 느끼겠어. 다 털고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