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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헝거게임 시리즈를 보고 나서
    그때 그때 아무말 2020. 7. 5. 18:50

    헝거게임 시리즈 총 4편을 (몰아) 보았다.

    제니퍼 로렌스가 나오고 판타지물이라는 것 외엔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시작했다가 1편은 잔인해서 몇번 끊어 보았다. 다 보고 난 지금 이 영화의 잔인성을 돌이키면, 잔인하고 볼만한데 생각할수록 또 잔인한다.

    효과(그래픽)가 잔인한 것 보다 영화 설정이 정말 너무*100 잔인하다.

    뭐가 그리 잔인하게 느껴지는지 정리해 보겠다.

     

    1. 헝거게임 그 자체

    캐피톨을 제외한 12개 구역에서 10대 남녀 한쌍씩을 선발하여, 한 명만 남을 때까지 서로 죽고 죽이는 헝거게임. 10대 청소년 애들을 서로 죽고 죽이게 만들고 그것을 전국에 생중계하는 그 자체가 너무 잔인하다. 처음엔 진짜 죽이는 건지, 혹시 경기장 안에서 죽은 채로 있어도 살아있을 수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할 정도로 이 설정을 믿을 수 없었다. 어떻게 이런 설정을 고안해낼 수 있었을까.

    그리고 경기장 안의 살인적인 요소는 다른 구역에서 온 참가자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첨단기술을 활용한 여러 살인 장치들. 그 격한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는 최후의 1인을 뽑는 게임은 정말이지 생각할수록 잔인하다.

     

    2. 우승자 혜택

    헝거게임에서 우승한 자는 남은 여생을 돈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다. 다시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서 우승자 마을에 머물며, 다시 돌아오는 헝거게임에 대비하여 멘토의 역할을 하면 된다. 우승한 그 바로 다음해는 다른 모든 구역을 돌면서 연설을 하는데, 이 설정도 진짜 미친 것 같다. 다른 모든 구역을 돌면서 자기가 죽이거나/죽이려 했거나 어쨌든 자신만 살아돌아온 그 게임의 희생자들을 희생자들의 가족과 고향 사람들 앞에 나서게 하다니 이 또한 생각할수록 잔인하다.

    그리고 우승자가 한다는 그 멘토역할 또한 잔인하다. 헝거게임 우승자는 직접한 살인 혹은 살인의 목격 혹은 살인으로부터의 도망 등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한 게임에서 살아 돌아온 것을 토대로 자신의 고향 애들에게 또 가르쳐 주어야 하고, 가르쳐 준다 한들 그 친구가 살아있기는 매우 힘들다. 그러니까 매년 자신의 고향에서 선발된 남녀 한쌍의 청소년을 죽음으로 이끄는 길을 맡는 역할이 되겠다. 

     

    3. 기울어진 운동장

    캐피톨을 제외한 12개 구역이 모두 10대 청소년 남녀 한 쌍을 랜덤으로 선발한다.(물론 누군가 자원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그런데 이 세계는 캐피톨이 모든 부와 자원을 독점하고 나머지 구역들은 노예처럼 생산에만 머물고, 캐피톨에서 멀어질수록 더욱 가난하다. 그래서 1구역을 비롯한 캐피톨과 가까운 구역에서는 이 헝거게임을 위한 프로 조공인들이 키워지는 반면, 12구역같이 가난한 지역은 입에 풀칠 근근히 하다 선발된다는 건 그냥 사망선고일 따름이다. 그런데도, 헝거게임 선발을 위해 혹시 모를 선발자가 되어 전국으로 생중계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 날 만큼은 청소년들이 가장 멋지고 예쁜 옷을 입고 선발장으로 모이는 것도 참 잔인하다. 

     

    4. 캐피톨 시민의 태도

    캐피톨 시민들은 헝거게임을 즐긴다. '해피' 헝거게임이며 헝거게임 이브 행사도 화려하게 치룬다. 그리고 헝거게임 경기장 속에서 자신의 마음에 드는 아이에게는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어쩜 이렇게 즐기기만 할 수 있을까? 바로 자신은 그 조공인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캐피톨 시민 입장에서 생각하자면, 나머지 12개 구역 사람들을 모두 몰살시키지 않고(캐피톨이 경기장에서 설정한 능력들을 보면 충분히 가능하다) 청소년 남녀 1쌍씩만 살인게임에 참여시키고 심지어 거기에서 우승할 희망까지 주니, 얼마나 본인들이 관대한가. 

    캐피톨 시민 입장에서 보면 헝거게임은 스포츠 게임 아이돌 오디션과 다름 없다. 종목만 살인일 뿐이다. 게다가 몇몇 충성심 높은 구역은 '자진해서' 자신들의 아이들을 프로 조공인으로 키우고 있지 않은가. 

    +피닉처럼 캐피톨 시민들에게 매력적인 우승자는 사고 팔게 한다는 설정도 잔인할 뿐이다.

    5. 스포츠라는 목적
    헝거게임은 75년 전 반란을 진압한 이후 반란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의미가 있긴 하지만 75년이 지나며 캐피톨 시민들에게 헝거게임은 그냥 스포츠일 뿐이다. 항거게임 우승자들 그리고 프로 조공인들 모두 그냥 헝거게임 외 본인들의 살인무기 능력을 발휘할 데가 없다. 그러니까 캐피톨을 비롯한 판엠 외의 적과의 안보에 쓰이지 않고 단순히 요깃거리를 위해 살인을 하고 살인 방법을 터득하고 보는 사람은 즐긴다. 이 점에서도 우리의 스포츠와도 조금 다르다. 전쟁에서 스스로와 국가를 지키기 위해 시작한 체력 경연대회가 고대 스포츠의 태동이었다면 헝거게임은 그냥 살육게임이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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