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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 정유정독서노트 2019. 7. 21. 21:37
아 이 주인공 얘 좀 사이코패스 같다.
라는 생각을 했다.
중학교 때 엄마와 해진이와 영화를 보러 가서 혼자만 웃고
엄마가 이 아이를 이상하게 쳐다 보았다는 부분 읽다가.
영화보다가 웃기지 않는 부분에서 웃는 남자들이 실제로 한 둘은 아니어서,
그리고 책 속에서 설명한 그 영화를 내가 몰라서 그냥 넘어갔는데
갑자기 생각해보니 이 주인공 얘 좀 사이코패스 같은 거다.
그런데 정말 사이코패스였구나.
개인적으로 나는
사이코패스인데 자기가 저지른 일을 망각했다는 점에서 그 구성이 맘에 들지 않았다.
물론 기억 없이 일어나보니 엄마가 살해되어 있는 장면을
봤다는 점으로 시작하는 데서 이 소설의 흡입력이 강한 거지만
내가 생각하는, 내가 생각했던 사이코패스는
그러한 잔인한 순간을 즐기기 때문에 잊을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주인공이 회피하며 기억을 잊은 것이 싫었다.
또한 내가 생각하는, 내가 생각했던 사이코패스는
사회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관심없이
자신이 사회를 어떻게 인식하는지에만 관심이 있어서
범죄를 저지르고 난 다음에도 그냥 태연하게 자신의 일상적인 일을 해 나가지
이 주인공처럼 사건을 없던 일로 하기 위해, 당장의 일상적인 일이 아닌
1년 후의 미래를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사회로부터의 격리, 불인정을 두려워하고 있는 식으로 그려진 것도 마음에 안 들었다.
또, 주인공의 어머니가 이 아이를 임신했을 때는
원치 않는 임신이었고, 낙태를 생각했으나 결국 낳았고 그 아이가 사이코패스였다는 점에서
'케빈에 대하여'가 생각났다.
독후감이라고 하기에 위 이야기들은 다 줄거리같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내가 생각해볼만한 질문은 무엇이 있을까.
'악'이라는 것이 진화적으로 우리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을까.
생존을 위해서 번식을 위해서 선과 악이 공진화 했고
경쟁자를 살인하는 것이 생존에 도움이 되었다는 주장에 대해
얼마나 공감하는가.
먼저, '경쟁자를 살인하는 것'이 '악'인가?
생존과 번식만이 중요한 유전자 입장에서는, 악이 아니겠다.
그저 번식을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 선과 악같은 도덕적 판단이 필요없는.
(뭔가 이렇게 말하니, 리처드 도킨스 같다)
그런데 이 책속의 이 사이코패스에게
진주귀걸이를 한 여성, 어머니, 이모, 그리고 해진이가 경쟁자인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없어져야 하는?
질문의 핀트가 이상한 것 같다.
이 주인공의 경우 악이 진화했고 그 유전자가 강한 결과물이지. 그 과정이 아니니까.
다시 돌아와서,
경쟁자를 살인하는 것이 생존에 도움이 되었다는 데에 얼마나 공감을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어떤 상황에서의 어떤 경쟁자를 생각해야할까.
그러니까, 우리가 살면서 맞닥뜨리는 수 없이 많은 경쟁상황에서
꼭 내가 이기기 위해 다른 경쟁자가 아예 없어져버려야 하는
그런 치킨게임 같은 경쟁상황이 얼마나 될까.
현대사회가 아니라 고대사회여도, 원시사회여도
내가 살기 위해서 남이 반드시 없어져야 하는 그런 사회가 정말 있었을까.
내가 아직도 세상을 너무 아름답게만 낙관적으로만 보고있는 것일까.
그런데, 이전에 국제경제학이었던가 게임이론 배울 때 '매-비둘기' 게임이 있었다.
매는 싸움을 좋아하고, 남의 몫까지 가지려드는 공격적 성향을 갖고 있다.
반면 비둘기는 평화를 좋아하고, 자신의 몫에 만족하고 굳이 남의 몫까지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이 게임이론에서 매와 비둘기는 처음에 둘다 같은 양의 보수를 갖고 시작한다.
매와 비둘기가 만날 경우, 매는 비둘기의 모든 것을 갖고 비둘기는 전부 잃는다.
매와 매가 만날 경우, 둘 다 서로의 것을 빼앗으려다 둘 다 손해를 얻는다.
비둘기와 비둘기가 만날 경우, 서로의 것을 그냥 유지한다.
이런 사회에서 매와 비둘기의 구성비율은 어떻게 되는가를 푸는 문제에서
중요한 변수는
매와 매가 만났을 때 매가 입는 손해의 크기와
매와 비둘기가 만났을 때 비둘기가 입는 손해의 크기의 상대성에 따라 달라진다.
전자가 후자보다 더 적다면
즉, 매끼리 싸워서 입는 손해가 비둘기로 살다 매를 만나 잃게 되는 손해보다 크지 않다면
매로 살아가는 것이 우월전략이 되어 비둘기는 도태된다.
그러나 전자가 후자보다 더 크다면
즉, 비둘기가 매를 만나서 입는 손해보다 매끼리 싸워서 입는 손해가 더 크다면
우월전략은 존재하지 않고
상대방이 매인지 비둘기인지에 따라 전략이 달라지는
내쉬균형이 발생하게 된다. 결국 이 상황에서는 보수 수준에 따라,
사회에서 유지되는 매와 비둘기의 균형비율이 정해진다.
즉, 매와 비둘기가 일정 비율로 유지하며 살지
한 쪽이 도태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경쟁자를 살인하는 것이 생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상황은
두 가지 상황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먼저, 매와 매가 만나 싸웠을 때 입는 손해가 그리 크지 않은 경우.
둘째, 매와 매가 만나 싸웠을 때 입는 손해가 크더라도 이 사회에 이미 일정비율을 초과하는 매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
첫번째 상황은 위에서 살펴본 매가 우월전략이 되는 경우이고
두번째 상황은 혼합내쉬균형이 존재할 때, 매의 비율이 균형비율(보수수준에 따름)을 초과하지 않는 경우이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우리의 사회는 어떤 경우일까.
악인으로서 악행을 하면서 사는 것이 우월전략인 사회일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이 아무리 그지같고 별 잔인한 뉴스가 나오고 테러집단이 항상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저 자신이 가진 몫에 만족하는 비둘기 같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타인이 힘들 때 굳이 나서서 자신을 희생하며 돕는 비둘기보다 더한 유형이 분명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번째 같은 상황은 이미 매가 우월전략이 되어
비둘기 유형은 도태된 사회라면, 홉스의 리바이어던 속 세상이 그렇지 않을까.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만이 존재하는 경우.
그런 사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악인으로서 악행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
아직 어떤 균형비율에 미치지 않아, 비둘기가 아닌 매로 사는 것이 더 유리한 사회일까?
그런데, 보수를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따라 그 구체적인 수치는 다른데
매끼리 싸워서 잃는 손해가 비둘기끼리 만나서 그냥 현상을 유지하는 것의 배가 되어야만
매의 균형비율이 절반이 되지 않는다.
즉, 매와 비둘기의 균형비율이 1/2인 사회가 되려면
그래서, 매의 비율이 비둘기인 비율보다 더 적은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매가 매를 만나 입는 손해가
비둘기가 비둘기를 만나 현상을 유지하는 수준보다 두 배 더 커야한다.
예를 들어 애초에 10씩 갖고 있다가
매끼리 싸워 잃는 손해가 -10보다 더 떨어지지 않는다면
비둘기끼리 만나서 현상을 유지하는 (10,10) 보다 두 배 더 적지 않다면
이 사회에서의 매의 균형비율은 절반보다 크게 된다.
만약 매끼리 만나 입는 손해가
가진 것을 모두 잃더라도(0,0) 잃은 것에 더 해 가졌던 것(10)만큼 더 잃지 않는다면
예를 들어 매 끼리 만나 입는 손해가 -3이라면 (-3,-3)
균형비율이 10/13. 즉 76.9%, 약 77%이다.
말이 되는가?
같은 악인을 만나 입는 손해가 내가 가진 것을 모든 것을 다 잃고서도 추가로 3이라는 손해를 더 얻어도
매로 살아가는 것이 생존에 더 유리한 경우가
이 세상에 매가 77%가 되지 않을 때까지라는 것이?
그래서 이 세상에 악인과 악인이 아닌 비율을 50%로 설정하고 계산을 하면,
악인이 악인을 만나 입는 손해가
자신이 가진 것의 두배를 더 잃어야 하는 것이다.
이 게임이론으로 설명하면
악인이 악행으로 사는 것이 유리하지 않기 위해서는
악인이 악인을 만나 입는 손해가 정말 커야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니까 질문으로 돌아가서
경쟁자를 살인하는 것이 생존에 도움이 되었다는 데에 얼마나 공감을 하느냐의 질문은
우리 사회가 악인의 악행에 대해 얼마나 큰 제재를 가하고 있는냐와 같다.
악이 정말 생존에 유리하게끔 진화되어 왔을까.
그런데 이 단순한 진화게임에서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비둘기와 비둘기가 만났을 때 현재의 보수만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한 세대를 지날수록 비둘기에게 보수가 더 늘어나는 형태가 된다는 것이다.
악어와 악어새처럼 서로에게 윈윈에 되는 상황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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